숫자로 이해하는

한국과 일본의 석유 산업

서채완 한국석유관리원 수급처 기술정보팀 부장
석유는 우리의 생활에 필요한 동력 및 난방을 공급하는 주요 1차 에너지이면서 최종 에너지이다. 태양광과 같은 새로운 에너지 기술개발로 석유 수요가 줄어드는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석유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1차 에너지 소비량 1위1)를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에너지원이며, 2045년까지 세계에너지 수요전망에서도 1차 에너지 소비량은 석유 소비가 1위이다.2)
석유 산업은 탐사, 개발, 생산, 정제, 유통, 소비의 단계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탐사와 개발은 국가 기관이나 메이저3)라고 불리는 규모가 큰 글로벌 기업에서 수행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은 석유를 거의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두 나라 모두 주요 1차 에너지원 및 최종 에너지원으로 석유를 활용하고 있어 국가 간의 비교를 통해 석유와 석유 산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보려 한다.

1) 1차 에너지 소비비율은 일본은 석유 42%, 석탄 25% 순이며, 한국은 석유 39%, 석탄 28%(2018년)

2) 선진국은 2019년 대비 2045년 13백만 B/D(배럴/일) 감소, 개발도상국은 22백만 B/D증가 예상(OPEC)

3) 미국(엑슨모빌, 쉐브론), 영국(BP, 로얄더치쉘), 프랑스(토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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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 산업부 「석유 산업 주요통계(2020.10)」, 일본 : 석유연맹 「오늘의 석유 산업2019」

원유는 지역적으로 중동(두바이유), 아메리카(WTI), 북해(북유럽·브렌트유)에서 주로 생산되고 있으며, 각 지역에서 생산된 원유를 대량으로 수송하기에 효율적인 방법은 바다를 통한 유조선에 선적하여 수송하는 것이다. 유조선은 적재 가능한 중량에 따라 아프라맥스(AFRAMAX, 11만 톤급), 수에즈맥스(SUEZMAX, 15만 톤급), VLCC(Very Large Crude oil Carrier), ULCC로 나누어진다. 유조선이 다양한 크기를 가지는 이유는 운임과 선가를 고려한 경제적인 측면 때문만 아니라, 수입하는 지역에 따라 아메리카 원유는 파나마 운하를 거쳐야 하고, 북해 원유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야 하는 제약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상대적으로 운송 거리가 가까우며, 대형유조선으로도 운송이 가능한 중동지역의 원유를 선호하여 주로 수입하고 있다.
유조선에 의한 원유수송은 중동의 사우디 기준으로 왕복 약 2만 5천km로 40일정도 소요되며 적재·입고 등을 위한 시간까지 포함하면 약 45일정도 소요된다. 한국의 연간 수입량은 40만 톤급 ULCC 유조선(306만 배럴, 4.9억 리터) 약 360여 대 분량으로 거의 하루에 1대 분량을 수송하고 있다. 40만 톤은 체중 70kg의 성인남자 약 600만 명에 해당하며, 서울 시민의 약 60% 이상을 한꺼번에 실을 수 있는 분량의 매우 큰 수송량이다.
또한 두 나라의 유조선은 중동의 호루무즈 해협과 말레이시아의 말라카해협을 지나는데, 이곳의 안전여부에 따라 석유보급의 안전성에 따른 원유 가격이 영향을 받게 된다. 한국과 일본은 이러한 영향을 줄이기 위해 원유수입의 중동의존도를 낮추어, 석유 수입과 수송의 안정성을 보장 하도록 수입다변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은 2018년도에 중동 지역 외에서 수입한 원유의 추가운송비(1,088억 원)를 이러한 수입다변화 정책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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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 대한석유협회 「석유이야기」, 일본 : 석유연맹 「오늘의 석유 산업2019」

유조선에서 운반된 원유는 하역시설을 통해 원유 저장탱크에 보관된다. 원유에서 수분과 불순물을 제거하고 가열하면 끓는점에 따라 가벼운 가스·휘발유에서부터 무거운 중유·아스팔트까지 얻게 된다. 이렇게 가열하여 석유제품을 분리해 내는 것을 증류(Distillation)라고 하며, 이때 많이 남는 것이 벙커C와 같은 무거운 중(重)질유이다. 이 중질유에서 가벼운 휘발유나 경유 같은 경(輕)질유를 얻기 위해 중질유를 분해하는 작업을 크래킹(Cracking)이라고 하며, 이러한 중질유 분해시설을 고도화 시설, 2차 정제기술 이라고 한다. 이 기술은 원유가 많이 나지 않고 경질유 수요가 많은 한국과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제2의 유전과 같은 역할을 한다.
한국과 일본의 정제능력은 비슷한 규모이지만, 한국은 울산과 여수지역에 대단위로 정유시설이 집약되어 있는 반면, 일본은 수송 및 공급 등의 이유로 정유사가 전국 20여 곳에 산재해 있어 투자 대비 효율을 얻기 어렵다. 한국은 집약된 시설에 대단위 투자를 통한 기술경쟁력을 높여 2018년 이후로 정제능력에서 일본을 앞서고 있다.6)

4) 남한의 근대 석유정유산업은 1964년 울산에서 대한석유공사가 준공한 35천 배럴/일 규모

5) 연료유는 휘발유, 경유, 등유, 중유, 항공유, 나프타 대상

6) 2019년 정제능력은 한국 3.393백만 배럴/일, 일본 3.343백만 배럴/일로 한국이 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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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 대한석유협회 「석유이야기」, 일본 : 석유연맹 「오늘의 석유 산업2019」

※반올림으로 인해 소계의 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음.

정유사는 원유로부터 석유제품을 정제·생산할 때 국내외 수요(Demand)와 공급 및 재고량에 따라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한국은 경유와 나프타를 많이 생산하는 반면 일본은 휘발유와 경유를 중점 생산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다음으로 세계 제5위의 정제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생산한 휘발유와 경유의 약 50% 정도를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7)

7) 한국은 경유 생산량의 53.2%인 1.9억 배럴, 휘발유 생산량의 52.6%인 0.88억 배럴을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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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 산업부 「석유 산업 주요통계(2020.10)」, 일본 : 석유연맹 「오늘의 석유 산업2019」

정유사에서 정제과정을 거쳐 제품이 완성되면 수요처로 제품을 유통하여야 한다. 정유사의 저장탱크에서 보관하여 반출하거나 각 지역의 주요거점에 저장탱크를 건설하여 수요에 맞게 거점 저장탱크에 보관한 뒤 판매한다. 한국은 도로와 파이프라인 등을 통해 거점 탱크에 보관하는 반면, 일본은 섬으로 이루어져있고, 정유사가 분산되어 있어 주로 해안이나 하천에 대형 저장탱크를 두고 선박과 탱크로리를 통한 수송이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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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 산업부 「석유 산업 주요통계(2020.10)」, 일본 : 석유연맹 「오늘의 석유 산업2019」

두 나라는 원유를 거의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어 재해나 사고 등의 여러 요인에 의한 에너지 공급 불균형이 발생한다면 국민 생활과 국가 경제활동의 불안정이 야기될 수 있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수급상황을 중요시 하고 있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는 순수입량(원유순수입량+제품순수입량-나프타순수입량-벙커링물량)의 90일분 이상의 석유비축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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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 산업부 「석유 산업 주요통계(2020.10)」, 일본 : 석유연맹 「오늘의 석유 산업2019」

따라서 대부분의 정부는 석유수급과 가격안정을 위해 석유 비축과 같은 기능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국가 재원으로 비축하는 국가비축분과 정유사 등이 비축하는 민간비축분으로 나누어진다. 한국의 경우, 민간비축분은 관련법에 의해 비축의무량(평균내수판매량의 40일분) 및 재고용(28일분) 등으로 보관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순수입량의 180일분(6개월)의 여분을 비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일본은 인구수와 경제규모에 비례하여 한국의 2배 정도를 비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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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 산업부 「석유 산업 주요통계(2020.10)」, 일본 : 석유연맹 「오늘의 석유 산업2019」

석유제품의 소비는 크게 산업용, 수송용, 가정용, 공공·기타로 나누어지며 한국의 경우 주로 산업용 60%, 수송용 33%, 가정용 5% 순으로 사용되어진다. 산업용으로는 나프타 등의 제품이 주로 사용되고 수송용은 주로 경유와 휘발유, 항공유, 벙커C유가 사용되며, 정유사에서 대리점 또는 주유소를 통해 판매한다. 하지만 석유제품은 액체로 판매되는 특성으로 인해 그 품질을 소비자가 정확히 알기 어렵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은 양질의 석유제품을 생산·유통하기 위한 품질관리를 위해서 준정부기관10)에서 시료를 채취하고 점검한다.

8) 한국은 약 392억 리터를 23.2백만 대가 이용하므로 대당 평균 1주일에 약 32리터를 이용

9) 일본은 약 844억 리터를 76.5백만 대가 이용하므로 대당 평균 1주일에 약 21리터를 이용

10) 한국은 「한국석유관리원」, 일본은 「전국석유협회」에서 품질관리 업무를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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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 산업부 「석유 산업 주요통계(2020.10)」, 일본 : 석유연맹 「석유세제편람 (2020. 7)」

※수입관련 세금은 환급금을 제외한 순징수금액.

석유제품의 소비단계에서는 특히 수송용 연료의 경우에는 환경과 관련된 50%정도의 세금이 부과되어 가격이 형성된다. 석유제품의 세금 규모는 일본은 2020년 예산안 기준 수입 단계와 유통단계(석유가스세, 가솔린세, 경유거래세, 항공기연료세) 약 4.14조 엔으로 일본 전체 세수 109조 엔의 약 3.8%에 해당한다. 한국은 2018년 기준, 수입단계와 유통단계(에너지·교통·환경세)에서 17.3조 원으로 한국 전체 세수 377.9조 원11) 의 4.6%를 차지한다.

11) 휘발유·경유 가격은 에너지·교통·환경세(이하 교통세)의 15%인 「교육세」, 교통세의 26%인 「주행에 대한 자동차세」, 가격의 10%인 「부가가치세」가 포함됨. 따라서 한국의 석유 관련 세수는 27조 상당

한국의 비축기지(석유공사)

일본의 비축 기지(JOGMEC)

주1. 2020년6월JXTG에너지는 ENEOS로 사명 변경

주2. 鹿島石油·鹿島정유사의 숫자는 Condensate Splitter 포함

일본의 석유 산업은 1888년 니가타에서 일본석유회사로 시작하였다. 1920년 1차 대전 후 전략 물자인 석유 수요가 늘어나면서, 일본도 1920년 외국에서 원유를 도입하여 정제하는 공장을 세우며 기술을 발전 시켰다. 하지만 1941년 미국은 항공기와 전함에 필요한 전략물자인 석유에 대해 대일본 수출 금지조치를 하였고, 1945년까지 전략 물자 공급원인 정유시설이 미국의 공습으로 약 2/3가 피해를 받아 공장 가동이 어려웠다. 따라서 사실상 일본의 근대 석유 산업은 패전 후 1950년대부터 미국으로부터의 원유 수입 재개와 정제기술 등을 이전 받아 발달하였으며,12) 석유 산업은 1960~90년대 일본의 고도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한국은 일본의 자본과 기술로 1936년 원산에서 조선석유로 정제업이 시작되었지만, 사실상 근대 석유 산업은 1962년 제1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대한석유공사업법의 제정과 함께 1963년 울산에서 정유공장 건설 준공과 중동에서의 원유 수입으로 시작되었고,13) 경제 발전을 견인하는 산업용·수송용 에너지와 화학제품의 원천을 제공함으로써, 1970년대부터 한국의 경제성장과 석유화학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반세기 늦게 시작한 석유 정제사업에서, 한국의 장인 정신과 끈질긴 기술 추적 노력으로 2018년부터는 정제 능력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우위에 있다. 하지만 모든 석유 화학 영역에서 우리가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노벨상을 받을 만큼 다양한 화학기술이 축적되어 있고, 그 기술을 활용하는 화학 산업회사의 수와 기술 인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렇지만 한국의 정유 산업이 일본의 정유 부문을 따라 잡은 것처럼, 한국은 필요하다면 빠르게 그 분야를 연구 발전시켜 기술 우위를 획득할 것으로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12) ENEOS-홈페이지 “일본 석유 산업 역사” www.eneos.co.jp/binran

13) 「석유135년 이땅에서의 기록」 (2015, 지식과감성, 여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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